요즘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이번 분기 KPI 어떻게 잡을까요?”

사실 'KPI'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이 뻐근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획자는 막연한 수치에 방향을 잃고, 에디터는 “조회수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개발자는 “그건 결과일 뿐인데요…”라는 말을 꾹 참고 넘긴다.

모두가 KPI를 말하지만, 정작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이곳, 미디어라는 독특한 업계 안에서는 더더욱.


1. KPI는 ‘성과’보다 ‘시선’을 위한 도구다

 

KPI는 흔히 ‘성과를 측정하는 수치’로 정의된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에서 KPI를 이렇게 단순하게 다루다 보면, 우리는 금세 ‘조회수의 노예’가 된다.

‘좋은 콘텐츠 = 많이 본 콘텐츠’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도 왜 KPI는 늘 UV, PV, 전환율 같은 정량 지표로만 채워질까?

 

답은 단순하다.
보여줄 수 있는 수치가 있으면, 안심되기 때문이다.

 

KPI는 분명 성과의 지표지만, 미디어 팀에게는 오히려 ‘조직의 시선’을 정렬하는 장치에 가깝다.
이 팀이 지금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도구 말이다.

그래서 KPI를 세우기 전엔,
숫자를 정하기보다 먼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가?”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미디어형 KPI 예시

막연한 KPI 대신, 지향점을 담은 수치를 고민해봤다.
기획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쓸 만한’ 지표들이다.

 

콘텐츠팀

  • 조회수 상위 10% 콘텐츠의 평균 이탈 구간 분석 완료율 100%
    → 숫자보다, 왜 읽다 나갔는지를 아는 것이 ‘편집력’이다
  • 기획 의도와 실제 댓글 키워드의 일치도 70% 이상
    → 독자의 반응이 메시지에 닿았는지를 측정하는 정성 기반 지표

프로덕트팀

  • 모바일 홈 진입 후 기사 탐색 평균 깊이 3단계 이상 (ex. 홈 → 리스트 → 상세 → 관련기사 클릭)
    → ‘길’이 아니라 ‘길들’이 보이는 구조를 만들었는가?
  • AI 추천 콘텐츠 클릭률보다 직접 탐색 콘텐츠 클릭률 비중 50% 이상
    → 레코멘드보다 사용자의 ‘의도적 탐색’이 일어나는 경험 설계

브랜드 마케팅팀

  • 자사 콘텐츠 저장/스크랩 비율 상위 콘텐츠 내 브랜드 언급률 80% 이상
    → ‘좋아서 저장’한 콘텐츠가 브랜드 이미지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 SNS 콘텐츠 중, 댓글 내 브랜드 자발적 언급 발생 콘텐츠 비율 30% 이상
    → 단순 도달이 아닌, 기억에 남는 콘텐츠였는지를 보는 시선

KPI는 이렇게 써야 한다.
수치 자체보다, 그 수치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기획자의 KPI다.

 


2. KPI가 팀을 무너뜨리는 순간

KPI를 못 세워서 무너지는 경우보다,
잘못 세워서 방향을 잃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월간 PV 1,000만 달성”이라는 KPI는 자극적인 제목을 부르고
  • “전환율 10%”라는 KPI는 억지스러운 유도문구를 낳고
  • “시청시간 5분 이상”이라는 KPI는 불필요하게 긴 영상으로 이어진다

숫자 그 자체가 전략이 되면, 팀은 결국 의미 없는 숫자만 쌓게 된다.

그래서 KPI를 만들 땐, 반드시 이 질문이 필요하다.
“이 수치를 달성하면,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가?”

만약 대답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면, 그 KPI는 다시 짜야 한다.

 

 


 

3. 기획자의 KPI는 전략의 언어다

솔직히 말해, KPI라는 단어는 어딘가 좀 구리게 들린다.
낡았고, 부담스럽고, 자칫하면 관료적인 냄새가 난다.
숫자가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고, 창의성을 억제하는 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획자는 KPI를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KPI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을 숫자로 번역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KPI 단순 수치 의미 기획자의 본질적 질문 점검해야 할 기획 요소
뉴스레터 클릭률 5% 이상 수신자 중 5%가 콘텐츠를 클릭함 우리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눌러볼 만큼 가치 있어 보이나?’ 제목 구성, 발신 타이밍, 채널 전략, 콘텐츠 포맷과 타겟 매칭
탐색률 2페이지 이상 유지 사용자 1인당 평균 2페이지 이상 콘텐츠를 탐색함 첫 진입 이후, 두 번째 클릭으로 이어질만한 흐름이 존재하는가? 정보 구조(IA), 콘텐츠 배치, UX 플로우, 관련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설계
전환율 3% 이상 방문자의 3%가 구매, 신청 등 목표 행동을 완료함 이 CTA(Call To Action)는 지금 이 고객 여정에 적절한가? 광고 집행 전략, 랜딩페이지 메시지와 톤, CTA 위치 및 문구, 유입 여정의 자연스러움

 

 

결국 문제는, 숫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숫자에 아무 전략도 담기지 않았을 때, 그게 진짜 문제다. KPI는 무서울 게 없다.
오히려 KPI가 없으면, 팀은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일하게 된다.

좋은 KPI는 팀의 방향을 정렬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던지는 “이게 맞는 선택이었을까?”라는 질문에 기준을 준다.

누군가는 ‘체류시간’을,
누군가는 ‘구독자 수’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진짜 중요한 것을 보고 있는가?”

 

마무리하며: KPI는 ‘일 잘함’의 증거가 아니다

좋은 KPI를 세웠다고 해서, 일을 잘한 건 아니다.
그저, 좋은 질문을 던졌다는 증거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을 팀 모두가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숫자 뒤에 진짜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

KPI는 숫자가 아니다.
우리 팀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다.

그러니 기획자는 오늘도 조용히 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KPI,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걸 보여주고 있나요?”

'기획 > P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자에게 필요한 데이터 능력 3가지  (2) 2023.12.26

+ Recent posts